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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의 시대는 사실상 이미 끝났고 적절한 사후 평가만을 기다려 있습니다. 그리고 곳곳에서 회복력이라는 단어가 지구적 상황을 정의하는 후렴구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진보의 시대는 이제 회복력의 시대에 자리를 내주고 있습니다.
효율성을 통한 회복력 시대의 도래
진보의 시대 전체를 이끈 시간적 지향의 근본은 효율성입니다. 이 효율성은 천연자원의 착취와 소비와 폐기를 최적화하고 그렇게 해서 자연 전체가 고갈돼도 사회의 물질적 풍요를 점점 더 빨리 증진한다는 임무를 담당해 왔습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를 지구의 지배적인 종으로 그리고 지금은 자연계의 파멸로 이끌었습니다. 오늘날 세계 전역에 거의 모든 사람이 두려움에 직면했습니다. 이유는 홍수 가뭄 산불 허리케인 등 경제와 생태계를 사정없이 파괴하는 끔찍한 일들이 인간 종 탓에 지구 전역으로 퍼졌다는 진실을 깨닫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인간이 일으킨 기후변화가 우리를 지구상의 6번째 대멸종으로 이끌고 있다는 경고가 주변부에서 주류 쪽으로 이동했습니다.
자본주의 체제 및 인간의 생활방식 현대과학기술의 폐해 등을 날카롭게 비판해 온 세계적인 행동주의 철학자 제러미 리프킨의 최근작 회복력 시대는 효율성에 대한 집착이 어떻게 생명 네트워크를 파괴하고 인간과 생명체를 대량 멸종 위기에 처하게 했는지를 분석하고 대안으로 회복력을 제한합니다. 효율성에서 회복력으로의 이행은 생산성에서 재생성으로 성장해서 번영으로 소유권에서 접근권으로 판매자 구매자 시상에서 공급자 사용자 네트워크로 중앙집중형 가치사슬에서 분산형 가치사슬로 부정적인 외부효과에서 순환성으로 지정학에서 생명권 정착으로의 전환 등을 포함한 경제 및 사회의 전면적 변화와 함께 일어난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내용입니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가 대멸종을 촉발해 앞으로 80년 안에 모든 종의 50%까지 이를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요?
과학법칙의 역사와 열역학 법칙
뉴턴에게 있어 우주는 질서 정연하고 개선할 수 있으며 자발성이나 예측 불가능성의 여지는 없는 한마디로 질이 없는 양의 세계였습니다. 그는 수학적 증명으로 자신의 통찰력을 뒷받침함으로써 계몽주의 시대를 수학화했고 수학은 진보의 시대를 위한 발판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 즉 효율성을 강조하는 경향은 19세기 후반 논쟁의 여지가 없어서 다른 모든 과학법칙에 대해 포괄적인 틀을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과학법칙으로서의 열역학 법칙 발견으로 제고됩니다. 아인슈타인은 열역학 법칙이 우주의 작용을 지배하는 가장 중요한 틀이라고 강조했습니다. 1911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프레더릭 소디는 열역학 법칙을 맹목적으로 무시하는 경제학자들의 행태가 문명과 자연계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는 치명적인 경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결국 정치 체제의 흥망성쇠 국가의 자유나 속박 상업과 산업의 움직임 부와 빈곤의 기원 인류의 물리적 복지를 통제하는 것이 바로 열역학 법칙임을 상기시켰습니다. 시간을 초월한 기계적 우주론에 얽매여 자연을 이용하는 데 몰두하고 천연자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기술적 수단을 찾는 데 집착하는 단기적인 경제적 이익은 영겁의 시간 동안 부정적인 외부효과의 흔적을 남길 장기적 엔트로피 청구서와 비교할 때 극히 미미하고 덧없을 뿐이라고 지적합니다.
생태계의 회복력과 환경보전
캐나다 출신 생태학자 크로퍼드 스탠리 홀링은 1973년 생태계의 회복력과 안정성이라는 제목으로 자연환경의 발생과 작용에 관한 새 이론을 발표했습니다. 그 이론이 바로 복합 적응형 사회 생태 시스템입니다. 홀링은 생태계의 움직임을 회복력과 안정성이라는 두 가지 속성으로 정의합니다. 그는 경제와 생태가 교차하는 새로운 대격변의 지점에서 다른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선택해야 할 주요 전략은 효율성이나 특정한 보상의 극대화가 아니라 유연성의 유지를 통한 지속성이 확보여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홀링의 이론은 다른 이들의 수정 증폭 검증을 통해 점차 더 정교해져 하나의 학설로 자리 잡았습니다. 저자는 회복력을 세상 속 존재 상태가 아니라 세상에서 일어나는 작용의 방식으로 봐야 한다고 부연합니다.
다시 말해 회복력이란 시간의 적응성을 통해 개별 유기체와 특정 종 또는 그보다 큰 생물학적 공동체가 지구의 미생물군과 생태계 생물 군계를 구성하는 모든 상호작용과 패턴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적응은 끊임없이 진화하는 세상에서 다른 모든 생물종이 예측할 수 없는 변화에 순응하는 방법입니다. 실용주의 철학의 창시자 중 한 명인 존 듀이는 과학적 탐구와 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 방식으로서 적응성의 장점 즉 모든 생명의 핵심 속성으로 적응의 중요성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습니다. 진보의 시대에 적응성이 어느 정도 견인력을 얻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효율성 운동에 압도당했습니다. 그런데 화석 연료에 기초한 산업혁명이 종말 맞이하고 내부자절조차 효율성의 지친 원리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적응성이 갑자기 부활을 알리고 있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현재 우리 인간 종의 적응 역량은 지구 온난화가 지구의 기후를 조절하는 물의 순환을 바꾸는 속도를 감당할 수 있을까요? 저자는 이것이 바로 우리 시대의 근본 질문이라고 말합니다. 나아가 격변하는 기후에 대한 적응성은 분명 우리의 강점이지만 적응성 즉 인간을 가장 회복력이 뛰어난 생물존형으로 만드는 적응성이 우리의 실패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고 진단합니다.
코로나 19 시대를 겪으면서 ‘지구가 탈이나도 단단히 났구나!’ 생각 들었습니다. 인간에 의해 파괴된 대자연, 지구 스스로 자정기능을 발휘하여 바이러스를 통해 자기를 보호하는 것이리라. 지구가 가야 할 길은 인간에 의한 일직선의 진보만이 정답이 아니라 위로 아래로 좌우로 움직이면서 굴곡을 가지면서 회복해 가면서 나아가는 것이 이 시대의 사명 아닐까 싶습니다. 지구라는 대자연과 인간이 서로 함께 어깨동무하며 길을 가야 멀리 갈 수 있을 것입니다.